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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 없이 스릴러, 야하지 않은 도발적 사랑 이야기 헤어질 결심

by 세컨 라이프 부캐 2025. 2. 2.

2022년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한 헤어질 결심의 주요 줄거리

당당하고 순수한 탕웨이의 매력에 홀려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가서 엄마와 함께 본 영화였습니다. 근래 영화들은 전개나 마무리가 뻔하기도 하여 보고 나오면 무엇을 보았는지 휘발되기 십상인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엄마와 나 동시에 '다시 보고 싶다'라고 했던 아련하면서도 미스터리했던 멜로 영화였습니다. 극 중 형사 해준(박해일)과 남편의 죽음에 대하여 용의 선상에 있는 아내 서래(탕웨이) 사이에서 전개되는 복잡한 감정과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진행되는 의문이 의심으로 의심이 호기심으로 호기심이 호감으로 연결되는 미묘한 감정의 줄타기를 다루는 섬세한 영화입니다. 

 

극 중 중국에서 온 이민자 서래는 암벽 등반 사고로 인한 남편의 죽음을 동요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여 오히려 수상한 그녀를 의심하고 조사하는 해준은 반듯하고 치밀한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과는 다르게 점진적으로 그녀에게 끌리게 되어 그의 형사로서의 윤리의식과 부적절한 호감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아 서툴고 어색한 서래의 언어는 이상 야릇하게도 숨막히게 긴장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녀가 말하는 "마침내"라는 단어와 "죽은 남편이 살아있는 노인을 돌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며 동요 없이 일상을 지내는 서래의 말투와 모습은 어찌나 우아한지 그녀가 피의자라는 의심은 잘못이라는 생각, 죄가 있더라도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경찰관과 용의자로서 조사실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은 마치 연애 중인 남녀를 보는 것만 같은 설렘이 느껴지고, 서로가 서로를 관찰하는 모습과 도발적인 시선은 상호 유대감으로 묘하게 연결되는 분위기로 발전됩니다. 서래가 범인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형식적인 수사 과정을 통해 수사는 무죄로 종결됩니다.

 

그 후 두사람은 가까워지게 되고, 해준은 서래가 하고 있는 독거노인을 돌보는 일상에 다가가면서 우연히 의심의 증거를 발견하게 되어 다시 사건에 대해 스스로 재조사하면서 서래가 알리바이를 만들어 남편을 살해하였음을 알게 됩니다. 이미 사랑에 빠지게 된 해준은 형사로서의 자긍심을 "붕괴"시키면서도 서래의 죄를 숨겨 주기 위해 서래에게 증거물이 될 핸드폰을 바닷속에 던져버리라고 말하며 그들의 사랑은 종결됩니다. 

 

해준은 이포로 이사하면서 서래와 헤어졌으나, 우여곡절 끝에 서래와 해준은 또 다른 살인사건으로 재회하게 됩니다. 당신을 만날 방법이 오로지 이것밖에 없는데 어떡해요라는 영화 속의 영화 대사처럼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미결사건이 되어 서래는 해준 앞에 서게 됩니다. 그에게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며 경찰로서의 자부심을 찾도록 증거물을 돌려주며, 그녀의 사랑을 표현하게 됩니다. 사랑의 종말은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것일까요?

 

영화 관전 포인트 : 감독의 디테일한 설정, 배우의 숨막히는 대사와 열연, 송광사, 안개

어느 장면을 다시 본다고 해도, 각자가 보는 관점으로 객관적, 주관적 해석과 상상이 가능한 박찬욱 감독작품 특유의 디테일한 설정,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그들의 시선, 관찰인지 관음인지 알기 힘든 장면은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아도 늘 새롭게 합니다. 다시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 무심히 흘러간 대사가 의미심장해집니다.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는 "나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나를 지겼을 뿐입니다"라는 여자의 눈물로 "나는 완전히 붕괴됐어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남자의 절규로 들립니다. 

 

순천에 위치한 아름다운 사찰 송광사에서 서래와 해준은 우중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 북을 가운데 두고 은밀하게 교차되는 그들의 시선은 묘한 분위기와 어긋나게 될 사랑을 예고해 주는 것 같은 아련함이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배경음악이 되는 정훈의 안개라는 노래 또한 이 사랑의 허무함, 잡힐 듯 보이지 않는 아련함, 걷히게 될 이후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랑을 노래합니다. 영화의 끝까지 이 아련한 곡을 듣는 것 또한 이 영화의 애잔한 묘미입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진한 베드신 없이 차안에서 스치는 손가락으로, 어슷하게 빗나가는 시선, 공기를 통해 흐르는 감정이 숨 막히게 진한 멜로 영화를 연줄 합니다. 

피를 뿌리는 잔혹한 장면없이도 이 영화는 공포감이 엄습하는 스릴러인 동시에 야하게 벌거벗고 드러내지 않아도 너무나 숨 막히도록 관능적인 멜로의 장르를 보여줍니다. 마침내, 이 영화는 나는 너를 사랑했노라고 노래합니다. 미결 사건이 되서라도 그 남자에게 남고 싶은 절실한 사랑의 여주인공이 되어 물속으로 사라지는 여자로 관객의 가슴은 먹먹합니다. 목청이 터지라 그녀를 찾는 그 남자의 목소리를 삼키는 바다, 사랑의 증거가 되는 녹음 속의 그의 목소리, 사랑은 그렇게 바닷속으로, 안갯속으로 미궁처럼 사라집니다. 

 

영화의 총평 :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는 영화

한번만 보지 마십시오. 잊을만하면, 생각이 나거든 다시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달달한 로맨스가 아닌 진지한 사랑에 대하여 논하고 싶거든 꼭 보시기 바랍니다. 순천의 아름다운 사찰도 방문해 보시고, 오래된 노래 안개라는 곡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2022년 제4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안개라는 노래가 울려 퍼질 때, 탕웨이 배우가 감정에 복받쳐 우는 장면에서 저는 그녀가 얼마나 이 영화 여주인공 송서래에게 몰입되었었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의심이 관심과 호기심으로, 호기심이 선을 넘는 사랑으로 결국에는 아련함과 절절함으로 점철된 어른들의 진한 멜로가 흥미롭다면 매우 볼만한 영화입니다. 현실적 이익과 계산이 앞서는 계량화된 사랑, 인스턴트식 기성화된 사랑을 거래하는 실태가 아쉽다고 여겨질 때, 나를 던지며 불태우는, 바닷속에 잠겨버리는 지고지순하면서도 어리석은 사랑이 진짜 사랑이지라고 어른인 척하고 싶을 때 해준과 서래를 만나 보시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조금은 미친 것이기도,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는 이성을 초월해 버리는 상상 이상의 것인가 봅니다.